인사말

대한바둑협회
창립 13주년을 맞이하여

대한바둑협회 회장 신상철

생일맞이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재벌 집 자식이라면 외제차 한 대를 생일선물로 받을 수도 있습니다.
가난한 집 아이라면 미역국 한 그릇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경우도 있겠지요.

대한바둑협회가 창립 열세 돌을 맞았습니다.
그동안 우리들은 미역국 한 그릇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습니다.
대한바둑협회 회장으로서 미안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래도 13년 만에 창립기념식을 갖는 이유는,
우리는 언제 태어났는가? 우리는 그 동안 무엇을 했는가?
우리는 지금 어디쯤 서있는가?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
이런 것들을 되돌아보기 위해서입니다.

2005년 11월24일, 바로 오늘 창립한 이래 변변한 창립기념식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어제의 우리 모습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창립 후 처음으로 오늘 이런 기념식을 갖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회 저명한 인사들도 초대 못했습니다. 제대로 널리 알리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념식을 통해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생각해불 필요가 있습니다.

대한바둑협회는 원래 존귀한 자식입니다.
대한바둑협회는 바둑 종목을 국민들에게 널리 보급하고, 바둑을 통해 건전한 기풍을 진작시키는 한편, 선수와 그 단체를 지원, 육성해서 국위선양에 이바지 하는 목적을 가진 단체입니다. 또 바둑에 관한 한 국제체육기구에 대하여 독점적 교섭권을 갖는 대한만국의 유일한 단체입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합니다.
이렇게 존귀한 우리들이 13년이 지나도록 변변한 창립 기념식조차 가지지 못한 세월이었습니다.

세상만사가 다 그렇습니다.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귀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를 귀하게 여깁시다. 자존감을 가집시다.

2년 4개월 전, 한국기원으로부터 떨어져 나올 때만 해도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오늘, 우리는 부족한 가운데서도 ‘바둑을 바로 세우는 일’에, 대한바둑협회를 바로 세우는 일에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런 자리라도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 자리에 참석하신 여러분들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했습니다. 바깥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난 11월 5일 ‘바둑의 날’ 기념식이 있었습니다. 우리 협회 소속 여러 명이 상을 받았습니다. 그분들 모두 어려운 가운데서도 바둑이라는 밭에 거름 주고, 풀 뽑고, 자기 자신을 헌신하신 분들입니다.
오늘 상을 받는 여러분들도 바둑을 소중하게여기고 바둑이라는 밭을 가꾸신 분들입니다. 대한바둑협회를 귀하게 여기신 분들입니다. 빛이 나도록 노력한 분들입니다.

또 올해, 빠질 수 없는 이야기가 바로 ‘2018 내셔널 바둑리그’입니다. 18개 팀이 참가해 열심히 싸웠습니다. 결과를 떠나 매 라운드마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쳐주신 선수 분들 모두가 승자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자리를 빛내주신 각 팀 단장님들과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올해는, 우리 바둑이 다시 도약 할 수 있는 ‘바둑진흥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이것을 바탕으로 저희 대한바둑협회도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변변한 생일 선물도 드리지 못하고 밥 한 끼 대접하는 것으로 생일맞이를 해야겠습니다.
내년에는 더 풍성하고 보람 있는 창립 기념식이 되도록 우리 모두 노력합시다.

2018. 11. 24.
대한바둑협회 회장 신상철